◈나비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제1회 나비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정헌천(이학박사. 함평군곤충연구소장)’은 함평군과 정식계약을 맺고 계약직이지만 공무원 신분이 되었다.
변화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정헌천, 아니 나비를 찾는 곳이 많아 졌다. 1년이면 12번 정도 살아있는 나비를 들고 전국 각지로 돌아 다녀야 했다.
하지만 정헌천은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제야 사람들이 나비의 진가를 알아주는 구나 싶었기 때문 이었다.
백화점을 순회하며 미니 ‘나비 생태관’을 만들기도 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아 ‘나비 생태관’과 ‘나비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기념 나비 날리기
또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지구의 날 기념’ 행사 중 하나로 영빈관 뜰에서 나비를 날리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여 재임 기간을 상징하는 1,825마리의 나비를 날리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 있었던 행사는 2000년 8월에 임진각에서 통이 기원 나비 날리기를 한 것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정헌천 역시 나비를 이용해 거기에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통일나비’를 만드는 것이었다.
정헌천은 남한에서 갈 수 있는 최전방인 민통선 안에서 잡은 호랑나비와 함평에서 잡은 호랑나비를 교배 시켜서 F1을 교배, 즉 ‘통일나비’를 탄생 시켰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함평에 거주하는 이북 출신 실향민과 함께 8월 15일에 임진각으로 가서 통일나비 날리기 행사를 하였다. 행사가 끝나자 그 자리에 함께했던 실향민들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체 정헌천의 손을 꼭 잡았다.
“정 소장. 고맙소. 내 비록 고향에 가지 못 하지만, 저놈이라도 보내니 소원을 푸는 것 같구려.”
“아이고 젊은 양반이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저놈들처럼 언젠가 나도 고향에 가야 할 텐데.......”
“돈이 있어도 못 가는 것을, 나비는 잘도 날아가는 구나.”
자신의 손을 잡고 고마워하는 그들을 보는 정헌천의 가슴도 벅차올랐다.
함평에서의 나비축제 외의 전국을 돌며 이렇게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자, 함평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고 이미지 또한 매우 좋아졌다. 그 결과 함평애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판매율이 높아 졌다. 함평하면 나비이고, 나비는 또 친 환경을 떠올리게 되어 소비자들이 함평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믿고 사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믿었던 정헌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는 했다. (다음호-나비의 기적(제3편 : 나비는 없고 사람 만 있던 축제)
/정리=이민행 기자
♣나비의 기적-1 "그래 일단 부딪쳐 보자"
정헌천 함평군농업기술센터 곤충연구소장(이학박사)
나비축제가 논의되던 자리에서 10만 마리의 나비를 책임지고 공급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헌천은 단 한 마리의 나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른두 평 남짓한 그의 아파트에서 100마리가 넘는 나비를 키워 왔던 그였다.
나비를 직접 키워봤고 그만큼 나비의 생태를 알기 때문에 몇 달 사이에 10만 마리의 나비를 기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2월 말이 되자 정헌천은 곤충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제주도로 건너갔다. 우리나라에서 봄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 그래서 나비도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곳이 제주도였다.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 도착하고 보니 막막하기만 했다. 그저 작은 섬이겠거니 여겼던 제주도는 정헌천의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어디를 가야 나비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일단 부딪쳐 보자.”
정헌천은 점심도 거른 채 제주도의 들판과 산을 쏴 다녔지만 나비들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나비가 움직임을 멈추는4시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더욱 조급해 졌다.
“시간은 불과 2박3일밖에 없는데 이놈의 나비를 어디 가서 찾는 단 말인가.”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발등을 찍고 싶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다행이 마지막 날, 정헌천 일행은 제주시 애월읍에서 한 무리의 나비 떼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배추흰나비의 먹이인 십자화과에 속하는 케일이며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작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농민 입장에서 보면 작물을 먹어 치우는 해충에 불과한 배추흰나비를 잡는다는데 막을 이유가 없었다.
제주도에서 잡아온 100여 마리의 배추흰나비 암컷은 곧바로 유리 온실로 옮겨져 부화에 들어갔다. 100여 마리가 1만 마리가 되고, 이것이 다시 10만 마리가 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두 달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나비 숫자를 10만 마리로 늘려놓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문제가 또 발생 했다. 식물이야 물을 주고 잘 관리하면 되지만, 나비는 움직이는 생명체이지 않는가? 나비의 수명은 자연 상태에서 길어야 3주일, 온실 같은 곳에서는 1주일에 지나지 않는다. 1주일 더 먼저 깨어나기도 하는데, 만약 축제를 하기도 전에 죽어 버린다면 그동안 애쓴 보람도 없이 헛수고가 될 게 뻔했다.
“소장님, 어떻게 하죠?”
곤충연구소에서 함께 나비를 기르던 공익요원과 공공근로자들은 정헌천의 해결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헌천’을 돕기 위해 함평에 내려와 있던 백유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이, 유현이. 나비가 움직이면 에너지가 소비되고, 에너지를 보충 하려면 먹어야 하고, 그러면 수명이 단축 되겠지?”
“그렇죠.”
“그럼 아예 움직이지 않게 만들면 어떨까?”
“에이, 살아 있는 놈을 어떻게 못 움직이게 해요? 한 놈 한 놈 잡아서 묶어놓을 수도 없고.”
“센터에 농작물 보관창고가 있잖아.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으니까 거기에 나비를 옮겨놓고 온도를 떨어뜨리면 되지.”
나비를 창고에 넣은 후 온도를 12~13도로 맞추어 놓았다. 나비들은 날개 짓을 멈추고 잠을 자득 유리관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축제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함평천변에 비닐하우스로 200평 정도의 생태관을 만들고 거기에 각종 풀과 꽃을 심고, 직접 살아 있는 알과 애벌레, 성충 등을 살펴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러는 한편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제자들을 소개받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였다. 군에서는 해당 공무원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뒷짐을 지고 있던 상태라 도움을 받을 만한 처지가 못 되었다. 주민들도 외예는 아니었다. 다행이 그 자원봉사자들이 몇 날 몇 칠 동안 밤을 세워가며 3천여 종, 3만 마리에 달하는 나비표본으로 완성해 주어 표본제작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지만 축제를 앞둔 ‘정헌천’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공무원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석형 군수를 믿고 밀어 붙였지만 과연 성공 할 수 있을지 그로서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이였다. 외부 손님은 꿈도 못 꾸고 그저 함평군민이라도 밖으로 못 나가게 하자. 5만 명 정도만 모으자 했던 것이 예상 수의 열배를 넘어 축제기간에 약 6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첫날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와 함평으로 들어오는 도로란 도로가 모두 막히자 그때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공무원과 주민들이 알아서 나서기 시작했다. 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정헌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옆에 있던 ‘백유현’이 악수를 청해 왔다.
“형님, 해내셨군요. 축하 합니다.” /정리=이민행 기자
원본 기사 보기:
rorynews.com
